본문 바로가기

counter

[영화 리뷰] 싱크홀.. 그냥 차승원에 빠졌다치자.

영화평가에 있어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김지훈 감독이 최근(2021년 8월) 연출한 영화로, '싱크홀'의 평가는 그닥 좋은 편이 아니더라구요. 영화를 보면서, 인물들의 티키타카가 영화에서 어떤 맥락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인지, 재난영화의 긴장감과 심리묘사는 버리기로 한건지(맥없이 소리만 지른다고 재난영화는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칵 들어서요), 싱크홀을 둘러싼 건축이나 토양에 대한 최소한의 공학적 이해는 관객들의 몫인건지, 등등.

결국 주제가 뭔지 잘 모르겠는 영화였다~ 이런 겁니다. 그럼에도 리뷰를 해보고 싶었던 것은 정민수(차승원)와 정승태(남다름) 부자관계에 대한 공감 때문입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매사 틱틱거리는 아들놈에게 절절매는 홀아버지의 부정 말이죠. 내 새끼만 그런건 아닌갑네 모 이러면서..공감대 한번 거시기하쥬.

줄거리는 모 이런겁니다. 회사원 박동원(김성균)과장은 11년만에 빌라를 장만합니다. 싱크홀로 사라질 이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홀로 케아하는 (비현실적인) 착한 아들 가족, 밥장사를 하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젊은 어머니 가족, 빌라에서 가장 호탕해보이는 경미 아줌마(김재화) 부부, 그리고 앞서 말한 장성한 아들과 살며 사진관을 운영하는 홀아버지 가족 등이 모여 살고 있죠. 사건은 박과장이 회사 사람들과 집들이를 하고 술이 떡이되어 이 방 저 방 거실에서 널브러져 자고 있던 토요일 오전께에 발생합니다. 빌라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수돗물이 끊긴 핑계로 찜질방으로 휴가를 떠난 경미 부부를 제외한 다수의 빌라 사람들과 술떡이 되었던 박과장 회사 사람들입니다. 갑자기 건물이 무너지면서 땅이 꺼지고 500미터 땅 밑으로 건물이 추락합니다. 부서진 건물에서 건물 잔해에서 살아남은 박과장 아들과 아랫층 치매할머니를 찾아내고, 기울어진 건물에서 미끌어지고 진흙이 된 흙더미에 빠지고 하면서 서로 살아나가자고 응원하며 그와중에 또 소주를 부어마시면서 버티는 중에 비까지 옵니다. 싱크홀에 차오르는 빗물 속에서 이들을 구한 것은 119가 아니라 노란색 물탱크 였어요. 다행이죠 뭐. 그렇게 죽은 사람은 죽고 산 사람들은 싱크홀을 탈출하였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한 가족의 생활에 촛점을 맞추기에는 빌라에 사는 사람들의 사연이 버리기 딱한 것들이었던 것 같아요. 말하자면 홀아버지가 자식과 먹고 살려고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동네 알바와 대리운전까지 하는 것을 봐 온 아들은 1억만 있으면 뭐든 될 것 같았다며 수학여행갈 돈까지 모아 여러개의 통장을 모아놓고 있던 사연, 집 하나 장만해놓고 아들은 홀로 김밥으로 떼우며 지내게 했던 어머니의 사연, 집이 없어 결혼을 포기한 세대의 좌절에 대한 사연 등 말이죠. 그러나 이 이야기들이 싱크홀로 모이는 변곡점이 무엇인지 잘 그려지지 않습니다. 싱크홀의 원인을 감독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싱크홀은 과도한 토목공사로 인한 지하수의 유실이 문제로 발생한 인재인데 말이죠. 음.. 그러면 혹시. 집장사를 목적으로 한 건축물들로 생겨난 싱크홀로 하필이면 재수없게 어렵사리 빌라 하나 장만한 서민들이죽었다? 이런건가..  뭐 잘 모르겠습니다. 차승원의 연기와 전체적 맥락의 횡설수설이 매력인 영화였습니다. 

여튼 생존 자체가 목전에 이른 순간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여준 그 사랑이 싱크홀 이전 시기에도 발현될 수 있도록 청년들이 행복한 사회가 되길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