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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가드 ... 샤를리스 테론의 '시간'

영화 올드가드는 천년 이상 자신의 죽음을 뒤로한 채, 약한 자들을 위해 싸워 온 전사들이 21세기 동안 이룰 수 없었던 인간세상의 정의에 대해 그저 스치듯 질문하는 이야기이다. 한 줄 평이라면, 스치듯 지나가는 샤를리스 테론의 매력에 홀려 다행히 2시간이 짧았던 영화 정도? 

영화가 시작되면 무수히 떨어진 탄피들 사이로 사살당한 샤를리스 테론의 독백이 들려온다.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한다. 이건가?(이번엔 죽을 수 있는건가?) 허나 매번 같은 대답이다. 아..진짜 진짜 지친다." 이어서 바다의 깊은 심연에서 들려오는 듯한 Madalen Duke의 Born Alone, Die Alone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기대와는 다르게 이야기의 줄거리는 그냥 뻔했다. 왜인지 모르지만 4명의 주인공들은 몇 세기를 걸쳐 도통 죽지 못하고, 인간의 역사 곳곳에서 (자신들이 보건데) 선한 편에 서서 싸워왔어야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남수단의 어린 아이들이 전쟁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위한 작전에 투입되었지만 이는 함정이었고, 이들은 역사 속의 영웅으로서라기보다 '죽지않는 몸'을 가진 의료적 쓸모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포획된다. 이후 결말까지의 이야기는 요즘 영화 안보는 사람 없, 특히 한국인의 경우 영화 문화에 대한 조예가 출중하기 때문에 다 예상할 수 있는 결말이다. 뭐 중간에 함정에 왜이리 빠졌는지 신참의 활약은 어땟는지 정도 보는 재미로 남긴다. 마지막에 대장 안드로마케(샤를리스 테론)의 파트너였던 꾸인이 바닷속에서 끊임없이 수장당하다 부활한 장면을 끝으로 다음 편을 예고하며 막을 내린다. 

창의적이거나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평이한 소재에 실망할 수도 있다. 많은 영화에서 그려진 인간들의 자본주의적인 이기적 욕망이나 동료를 구출하는 액션신은 뻔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매드맥스>, <몬스터>에 매료되었던 사람이라면 샤를리스 테론의 연기에만 빠져서 영화를 즐길 수도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로장생'의 꿈을 향하는 인간들의 덧없음과 '시간'의 힘이 가진 자연적인 순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불 수 있어 나쁘지 않은 영화라고 본다. 

후속편이 준비되어 있다 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해 본다. 

감독 : 지나 프린스바이스우드 / 원작 : 그레그 러카, 레안드로 페르난데스의: 만화; 올드 가드 / 배급사 : 넷플릭스

출연 : 샤를리즈 테론, 마르반 켄자리, 마티아스 스후나르츠, 루카 마리넬, 키키레인 등 

"넌 어린애야 젖먹이지, 조롱조차 젖비린내가 난다. 이 사람은 내 남친이 아니야, 너는 상상도 못할 의미가 있는 사람이야. 어둠속에 길을 잃은 나의 달이었고, 추위에 떨 때 온기였고, 천년이 흘러도 그 입맞춤에 전율이 퍼진다. 이 세상에 베풀기에 아까운 다정함이 넘치는 사람이고, 논리나 잣대로 가늠하지 못하는 내 사랑이지 남친이 아니야. 내 전부이자 그 이상이지." 
- 진짜 천년 넘게 연인 관계였던 조와 니키가 어디론가 끌려가는 기차 안에서 젊은 병사의 '니가 남친이야'는 조롱에 대한 답변입니다. 걍 기록하고 싶은 대사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