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튜브에서 '작별'을 챙겨보고 있다. 내용은 장성한 딸 셋을 둔 중산층 부부가 주인공인데, 의사인 남편이 암선고를 받으면서 작별을 어떻게 마주하는가를 다룬 것 같다. 가물가물 한 장면씩 기억해내며 보고있다. 1994년 방영된 김수현 작가 드라마로 SBS에서 주 2회 57부작으로 방영되었다고 한다.. 현재 유튜브에서는 47회 정도의 분량이 업로드되었다.
'1994년 당시 여자들이 왜이리 답답하냐' 라는 영상 밑에 달리는 댓글을 보면서, 당당한 여성상을 주로 그려왔던 김수현 작가님의 솜씨로도 20세기 말 여성의 지위를 감출수 없어 보였다.
47회 정도 진행이 되면서 남편의 병세는 돌이킬수 없음이 판명된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환자에게 바라는 그 걱정, 살아내길 바라는 소망, 함께 할 시간을 지연시키고자 하는 욕심. 이런 것들이 '사랑'으로 치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몇 달 뒤 죽을 것이 결정된 당사자, 자신과 같은 환자들을 수없이 보아온 의사로서, 치료라는 명목하에 버텨야하는 고통과 말기 암환자라는 사람이 아닌 환자로서 병상을 지켜야 하는 상황을 거부하는 남편에 대해 아내는 화를 낸다.
시아버지에게 가서 울며 매달린다, 남편이 치료를 거부한다면서...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할 때의 남편의 몸으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외면하는 것이, 환자인 남편 자신에겐 얼마나 고문과 같은 과정이 될지 아직은 알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주변에서 모두가 남편에게 이기적이라고 하는데 이는 적반하장이다. 누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그는 방사능을 쬐며 며칠이라도 더 연명해야 하는가.
위암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신 큰형님을 기억한다. 전이된 암세포로 장기를 여러개 적출하고..... 그녀는 너무 아팠다. 제사가 끝나고 함께 밥을 먹을 때 힘들어 하던 그녀를 기억하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 더이상 어떤 약도 통증을 이길 수 없게 되었을 때 형님은 목을 매셨다. 시누이라는 사람이 '애들이 있는데 독하다'라는 말을 할 때 멱살이라도 잡고 싶었다. 얼마나 아팠을지 무엇보다 혼자 감당하는 그 통증 속에서 얼마나 고독했을지...누구는 알고 누구는 몰라서 그런 말을 했던걸까?
하여간, 아픈 사람보다 더 아프진 않잖아. 하고 싶은 말은 걍 편하게 갈 수도 있어야 하지 않냐 ..뭐 이런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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