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심란함을 한 가득 담고 그녀가 카운터 앞 소파에 앉았다.
허브티 아무거나 얼음 많이 해서 한 잔 줘
무슨 일이야
뭐 또 노인네 때문이지
엊그제 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분이 '밤새 안녕하신가' 문안 인사가 잘 가셨나 기대하며 묻는거라더니 너도 뭐 그런거야?
한바탕 퍼붓고 나니 맘이 안좋아서.
뭐라고 또 그러셨는데
내가 요즘 재택 근무 하잖아. 회사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앉아있게 되더라고 그래서인지 걸을때마다 엉덩이 안쪽이 아픈거야.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이상근이 눌렸는데 여튼 근육 운동이 모자르데 어쨋든 물리치료 중이거든. 그런 와중에 노친네가 전화를 해서 병원을 가야겠으니 당장 오라고 해서 갔다. 가서 보니까 체한 거 같아서 일단 소화제를 먹어보자고 하고 절룩거리면서 약을 사다주고 드시라고 했더니. 왜 그렇게 걷냐, 그래서 병원을 다닌다는 얘길 했더니. 나보고 살을 빼라는 거야. 얼마나 아픈거냐 뭐 일언반구도 없이. 그래서 또 막 언성을 높여서 따지고 오는 길인데. 괜히 그랬나 맘이 안좋네. 별말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되쓸까.
넌 참 지나치게 착한딸 컴플렉스인거 같다. 나도 머릿속에 떠올리는게 진저리날 정돈데 너 어캐 그르니. 우리 입시 보고 나서 성적 안나왔다고 인생낙오자라고 하고.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애들 대하듯하면서. 또 언젠가는 숙제하고 있는데 갑자기 너한테 눈이 동태눈깔같다고... 그때 나 정말 너무 놀랐다. 또 언제야 우리 중학교 때 그때 너 성적 꽤 좋았잖아. 근데도 5등 밖으로 떨어졌다고 공부를 그 따위로 하면 똥갈보가 된다는둥. 니네 엄마 어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무슨 일이든 심지어 본인이 계단에서 넘어진 것도 너 신경쓰느라 앞을 잘 못봐서 그랬다고 난리쳤었다며. 명절마다 자기 먹을 거 먼저 해놓고 시댁에 가라고 해서 몇 년 하다가 너무 빡쳐서 싸웠다며 그게 36년만에 처음 덤빈거라면서. 너 있잖아. 니네 엄마 같은 사람 오래 사신다. 지금부터라도 어느 선까지 안전선을 확보할지 잘 생각해. 여기 오는 언니들 중에 노인 모시고 살면서 속썩는다고 넋두리해도 니 엄마같은 사람은 없다.
혼자 딸하나 키우느라고 고생 많이 했잖아
야~! 라푼젤 계모도 그만큼은 했다. 그러고도 니 엄마처럼 학대는 하지 않았어. 화나면 난다고 해. 잘했어. 자식은 자식이고 부모는 부모지 그 관계가 뒤바뀔순 없다는거지. 니가 아무리 홀어머니를 이해한다고 해도. 니 엄마가 부모로써 감당했어야하는 심리적 부담은 스스로 짊어졌어야지. 딸한테 같이 짊어지자고 강요하는게 아니라. 내가 너 하루 이틀 보냐. 학교 다니면서 니 엄마때메 나한테 쏟아낸거 뭐 내용은 다 기억 안나도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니가 니 딸한테 그 힘들었던게 튀어나올까 걱정이 가끔 돼 사실...
그래 늘 긴장하고는 있는데, 내 행동에 놀랄 때도 있어 어 엄마 전화다. 잠만
......
불쌍한 내 친구, 참 착하다. 어릴때 갈라진 정서는 채우기 쉽지 않다. 특히 경계선 없는 홀어머니의 정서적 학대는 행복이나 즐거움 혹은 기쁨 만족 긍정적인 ..이런 감정을 빼앗아버린다. 늘 더 잘했어야한다고 생각하고, 불만족이라는 감정이 주를 이룬다. 일은 너무 잘하는데 스스로 자신을 자랑스러원하지 못한다. 물론 말로는 그렇다고 하고 자신의 일에 대한 평가가 올바르길 주장하지만 즐겁지 않다. 매사가. 저렇게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녀석이 미소가 늘 슬퍼서 마음이 아프다. 라푼젤 계모 만큼만이라도 해라. 게모 친모를 떠나 어른답게 에미 역할 해 인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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