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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바그다드카페 ..소울메이트의 좌표를 찾아서

 

1987년 독일에서 제작되어 소울메이트의 좌표를 제시해주는 영화, 한국에서는 1993년 개봉되었고, 개봉 당시 그다지 센세이션하지 않았습니다. 비디오가게로 넘어가면서 영화좀 본다 하는 사람들이 모두 읊어대던 그 영화. 

바그다드 카페

영화는 독일과 미국에서 아무 연관 없이 각각 살고 있던 두 기혼여성이 어느날 갑자기 미국의 모하비 사막 주유소 카페에서 만난다는 쉽지 않은 만남, 다분히 운명적이어야 하는 만남을 전제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카페 주인 브랜다의 고통이 깡통처럼 나뒹구는 주유소 앞마당으로, 미국을 여행하던 중에 남편과 결별한 독일 여성 야즈민이 사막을 걸어와 브랜다의 앞에 나타납니다. 이 유명하고 중요한 장면을 살펴보면 집도 절도 없이 길바닥에 서게 된 야즈민은 땀을 닦고, 반면에 그래도 자신의 기반인 카페를 가지고 있는 브랜다는 눈물을 닦고 있죠. 야즈민은 땀을 흘려 브랜다의 눈물을 닦아줄거다 하는 복선일까요.

하여간 야즈민은 사막에서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브랜다의 친구가 되겠다는 일관된 진정성을 보여줍니다. 급기야 브랜다도 마음을 열고 삶을 공유하는 과정을 그리면서 소울메이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죠.

영화를 보다보면 소울메이트의 좌표가 운명적 만남, 전면적인 관계, 상호 독립성, 선한 영향력을 포함하는 그 지점 어딘가에 있음을 저는 유추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울메이트로 가는 출발점은 두 사람 모두 내놓아야 하는 진정성이겠죠. 영화 내내 브랜다와 친해지기 위한 야즈민의 외로운 노력이 안타깝지만, 두 사람이 친구가 되는 의미있는 순간은 야즈민의 방문을 다시 열게 된 브랜다의 손에서 출발합니다. ‘친구소울메이트든 간에 한 사람의 노력을 넘어 두 사람이 진심으로 만나는 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만약 이런 진심의 순간이 없었고, 늘 내 기만 쪽쪽 빨아먹을 때만 친구라고 등장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신가요? 다시 생각해보세요. 사귀는 것보다 도려내고 외로움을 감당하는 것이 더 가치있을 때가 있는 겁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 대부분 영화 주인공들의 버프없는 외모와 설정에 대한 매력을 우선 언급하시죠. 흑인 그것도 여성이 카페의 주인으로 설정되었다거나,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인디언계 경찰관을 등장시킨다거나 하는 투박하고 정겨운 인물설정 말입니다.

여기에 영화를 더~ 매력적이게 만드는 것은 대사가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언어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대사의 공백이 만들어내는 여백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는 점이죠. 브랜다와 야즈민이 어떤 결혼과 가족 경험이 있는지, 바그다드카페에서 서식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뭔지, 인물들이 어떤 감정인지 도대체 이 타투이스트가 팔고 있는 것이 자신의 타투 기술인지 뭔지 등등 설명하지 않죠 그것은 관객들의 몫입니다. 브랜다와 야즈민의 소통이 시작된 그 순간조차도 나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방금 남편이 날 떠났어요라는 단 두 문장이 다입니다. 영화는 언어보다는 시선, 바람소리, 발자국소리, 피아노소리, 노래, 개 짖는 소리 등의 비언어를 통해 관객과 소통을 전개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인데요. 브랜다가 정말 오랜만인 것 같은 여유를 갖는 이 장면. 야즈민이 청소해 놓은 사무실에 홀로 앉아 노을을 마주하고 쉬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관객은 브랜다의 말없는 휴식에 동화되며 함께 쉴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인물들의 대사를 끊임없이 해석하거나 기억해야 하는 피로감을 관객들에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관객들은 오히려 대사 없는 비언어적 여백을 통해 위로를 얻을수도 있고, 그냥 쉬어갈수도 있고, 자신의 언어를 담아 카페 바그다드에 참여하면서 인생영화를 만나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에 조금만 더~~ 빠져들다 보면 관객들은 자신이 브랜다도 될 수 있고, 야즈민도 될 수 있으며, 심지어 브랜다와 야즈민이 동시에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도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원망과 피로함으로 번번히 미소를 잃고 있는 브랜다를 가장 먼저 알아봐주고 다독거려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였을까요. 바로 브랜다 자신입니다. 위로를 건네는 야즈민은 브랜다와 마주선 브랜다 자신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의 어떤 괴로움과 슬픔 혹은 비밀, 번민 등을 선한 방향으로 이해해주고 품어줄 수 있는 당사자는 나를 반추해주는 나 자신이죠. 그래서 나를 인정하는 것, 나와 친해지는 것 내가 나 자신의 소울메이트 1호가 되는 게 우선이고 삶에서 가장 긴박한 사안일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가 인생의 어느 시점에 사막을 맞이하게 된다면 꼭 바그다드카페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그곳이 선한 내 소울메이트가 머무는 공간일테니 말이죠. 영화는 소울메이트의 좌표를 제시하면서 이렇게 말해줍니다. 러브 유얼 셀프

모쪼록 나 자신과 소울메이트 맺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