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 침공은 어디", 마이클 무어, 2016 >
요즘 유치원 문제로 난리네요. 아드님은 이미 너무 커서 별로 신경은 안쓰이시죠? ^
돌이켜보면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육아문제는 본질적으로 변한 게 없어 보여요.
우리 아이가 2살 때 나도 직장을 구하려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었는데, 이틀만에 그냥 데리고 왔었지.
처음 낯선 곳에 맡기는 거라 이틀째 되는 날은 데리고 와야 되는 시간보다 30분 정도 일찍 그곳엘 갔는데
기겁을 했더랬지. 점심을 먹인다고 애들은 벽면을 따라 앉혀놓고 움직이질 못하게 하고 있더라고.
막대기를 들고 뭐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그냥 말없이 애를 데리고 나왔어요.
결국 직장을 찾는 일은 그만두었지 뭐.
애가 5살 되었을 때 유치원 비용이 생활비에서 지출되기가 어려웠어서
교회에서 하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어요.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그 때는 교회나 태권도장 이런데서 어린이집을 거의 다 했던 거 같아.
거기서는 또 점심을 어떻게 먹었냐고 물어보니까 참치캔에 밥을 비벼 먹었는데 맛있었다고 하더라고.
그것만 해도 씁쓸하지만 그때는 먹는 걸로 문제 삼지는 못했었지,
그런데 하루는 20대 중반 되는 선생이 애가 말을 안듣는다고 바지를 내려서 애 엉덩이를 때렸다는 거에요.
그 여선생 말로는 방으로 데리고 가서 엉덩이를 때렸고 그게 하느님의 뜻이라나
그거 아동학대 잖아요.
그때는 당장에 뛰어 가서 악을 써댔었지. 당신은 신앙생활을 잘못하고 있다고 소리 지르고,
결국 원장이라는 여자에게 사과만 받고 동네 태권도장에서 하는 유치원으로 옮겼었지.
내 기억으론 차라리 애들을 하루종일 운동시키고 놀이에 참여하게 하는 태권도장이 더 나았던 걸로 기억해요.
뭐 태권도장은 지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때는 검도나 태권도나 군대에서 하는 것처럼 거수경례를 하고
이런게 참 거슬리기는 했었지만, 그 교회처럼 만 4살 짜리가 '절망스러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었지
4살짜리가 절망이라는 말을 했었다구요?
흐 네에, 그래서 내가 절망스러웠구나 근데 절망이 뭐야? 했더니
"절망이란, 밖에선 검은비가 내리고 방안은 보라색인데 혼자 앉아 있는거야"라고 하더라구요.
0ㅅ0 벤야민이 말한 '순수한 언어' 네요.
그런 굉장한 감수성이 있어서 음악을 하나봐요, 아드님이.
그 말 덕에 학대 사실을 알았지만..
하여간 그때나 지금이나, 아이들을 각자 삶의 주체로 보고 권리를 인정해주는 시각이 없잖아요?
엊그제 마이클 무어 영화를 봤는데
네 그 '식코', 의료보험 관련 다큐 찍은 사람요
응. 그 사람이 '다음 침공은 어디' 라는 걸 또 만들었더라고, 몇 년 된건데.
아, 저는 못봤는데, 재미있던가요?
이나라 저나라 다니면서 좋은 복지정책이나 제도를 미국에 가져오겠다는 영환데, 프랑스, 이탈리아,
핀란드, 튀니지, 슬로베니아, 독일 등등 나라에 가서 복지와 관련된 정책을 거기 사람들에게 듣고
미국꺼로 가져가겠다 하고 뭐 미국 깃발을 꽂는 흉내를 내고 그러더라고.
요즘 유치원 문제하고 관련해서 프랑스나 핀란드 교육제도를 우리도 가져와야 하겠더라구요.
유럽쪽은 확실히 우리랑 많이 다르죠?
결국은 아이들을 시민주체로서 인정하는 게 제일 먼저 인거 같아요.
핀란드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가르치고 아이들이 배우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할 수 있도록
한다더군요. 그러면서 학교는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고 행복해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이라구요.
그쪽 나라들은 아이들을 주로 놀이에 참여하게 하죠?
그렇죠, 아이들이 친구들과 사회성을 기르고 '인간'으로 자라나는 것은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고,
학교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장소여야 한다는 거에요. 특히 뇌과학자들 말처럼 뇌의 활동을
위해서라도 빵을 굽고 노래하고 운동하고 음악을 듣고 시를 낭송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죠
근데, 우리나라는 그런 걸 하면 학부모들이 좋아 할까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알파벳이나 사칙연산을 떼야 한다고 생각하더라구요
그게 다 교육을 돈벌이로 생각하지 공공재라고 생각하지 않는 교육철학 때문에 생기는 문제인거죠.
그렇게 해야 커서 지 앞가림한다, 이런 논리지만 지금 세상은 그건 앞 뒤가 안맞는 얘기야.
어릴 때는 영어학원, 대학교 가서도 취업 때문에 또 학원,
어릴 때는 어려서 돈벌이 대상이고, 커서는 돈벌이 해야 되는 세금징수 대상.
우리는 '삶'이라는 게 있나, 삶을 가르쳐본 적이 있나 그런 능력이 남아 있기나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교육이 공공재가 아니라 시장 안에 있으니, 문제가 복잡한거겠죠 뭐.
거기서 마이클 무어가 마지막에 베를린 장벽이 있던 자리에서 했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어요.
'해결책이 복잡하다고 하지만 해답은 늘 간단하다, 벽을 치면 장벽이 사라지는 것처럼'
우리도 핀란드가 교육문제를 푼 것처럼 하면 간단해 질 것도 같아요.
어떻게요?
우선, 우리도 보육은 물론 교육을 공공재로 바꿔놓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교나 교육기관에선 절대 돈을 받을 수 없는 것으로 하는 거 말예요.
동시에 공립학교의 일관된 교육과정을 세우는 거에요.
그리고 숙제를 없애서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뭐 지금 상태로선
아이들이 뭘 하고 싶은지 어른들이 알 수도 없으니 끊임없이 아이들에게
물어봐야지 뭐, 그런 시간을 줘야 하고 그래야 애들이 서로를 배우지. 그리고 중요한 건
'표준화 검사'를 없애는 거죠. 지금처럼 애들 줄세우는 대학 시험 말이에요.
교육과정에 철학과 예술이 들어가면 좋겠네요. 근데 그렇게 되면,
학원보다는 학교 이후에 아이들을 담당하는 뭔가가 있어야겠네요.
핀란드처럼 숲이 많은 것도 아니고
놀이터가 충분한 나라도 아니잖아요. ㅜㅜ
국가가 아이들을 중심에 세우면, 양육자들의 노동시간이나 직장내 보육시설이나
지역의 서비스나 이런 것도 달라지지 않을까요? 달라져야지요..
엄마들이 집안 청소보다 아이들과 재밌고 놀고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게 만드는거
핀란드만 하란 법도 없잖수.
듣고보니 왜 사립교육기관을 양성하는
예산을 세우는지 모르겠어요.
공보육으로 당장 돌리지 못한다면 보육수당은 양육자가 받는 게 맞지 않나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지 않아도
양육할 수 있는 현실적 지원이 똑같이 있어야 맞는건데,
양육 당사자를 믿지 못해서 지원을 사교육기관에 주고 시장논리에 맡기고 있잖아요.
그러니 시장 논리도 아니지, 부모가 사기관인 유치원을 골라서 보낼 수도 없는 상황 아니에요?
부모를 못 믿는건 다른 문제인거지. 티비 보니까 유치원 연합인가 하는데서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까 왜 세금을 교육비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주냐고. 공보육 얘기 한지가 언제데 예산 배치만 이리저리 했지,
2005년부터 공보육 비율 높이라고
그렇게 얘길 했건만,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50% 넘게 사립학교 잖아요?
고등학교는 또 부모들이 사립을 원하지 않나요? 대학입시 때문에...
그것도 또 그래요 언제까지 아이들을 입시노예로 사용하면서 학원들 배만 불려줄거냐구요
.그렇게 해서 대학교를 나온 애들이 굶어 죽거나 빛더미에 깔려 죽을 판인데..
그렇죠...
하여간, 지금부터라도 교육은 돈벌이 수단이고 '교육=돈들어가는 일'이 아니라
교육은 아이들에게 자신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친구를 만나고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고
그래서 교육은 학교가 아니라 지역이 함께 담당해야 한다고 봐요. 학교는 그저 지역공동체
안에 하나가 되는 거지. 그런 시스템을 설계하는데 정부가 눈을 떠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일로 교육에 대해 근본적인 이슈가 점화되면 좋겠어요.
그렇죠. 당장에 문제만 긁다가 끝나지 말고 근본적이 이야기가 나오면 좋은데..
아 그러고 프랑스처럼 우리도 급여명세서에 세금이 어디로 어떻게 쓰였는지
다 기재되도록 하는 운동이 꼭 필요한거 같아. 뭐 돈이 없어서 뭘 하네 못하네 하니까,
국민들도 알아야지. 프랑스 애들은 아주 가난한 지역에서도 애들한테 3,4성급 호텔 식사처럼
먹인답니다. 점심시간이 2시간인데 이 시간을 먹거리를 배우고 식사를 통해 배려를 배우는 시간으로
알고 있대요.
부럽네요. 전 아이가 없지만 그래서.. 다행인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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