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콜 기후로 이미 탈바꿈한 한국의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어 카페 앞마당으로 녹색빛이 돌았다.
눅눅한 오후 더위를 피해 홀로 카운터 앞자리에 자리를 한 손님은 아이스티를 주문하고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한다.
"아직 서른도 안된 게, 그것도 여자가 무슨 정치를 알겠냐, 삶에 좀 치이고 이놈에 나라에서 나이 먹으며 겪는 어려움도 겪어야 뭘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지도 알고 어 그런거 아니겠어"
.....
"그러니까 지금 머 다른 정치 꼰대들과 비교해서 그저 젊다는 걸로 산뜻해 보이기야 하겠지만, 그래서 그여자애도 잠깐 인기가 있는거지, 방송 타고 한다고 무슨 지가 대단한 정치인이라도 된 것처럼 나대는 꼴이라니 어?! 안그러냐? 어?!"
.....
"그렇지, 우리가 젊은 시절 고생하며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던거 생각해봐, 그런 애들이 정치한다고 참 걱정이야"
젊은애가...
그것도 여자가...
무슨 정치를..
꼰대가 꼰대를 비난해가며 히스테리를 부리는 현장을 보면서 묻고싶어졌다.
당신이 지나온 20대는 성숙하고 철학적이고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고자 고생한 것이고
지금의 '그런 애들'은 철없이 겉멋으로 소질도 없고 능력도 안되는 일로 삶을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선량한 타인들에게까지 해를 끼칠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당신이 삼켜온 세월이야말로 바보가 되는 약이었구나
현재의 '그런애들'이 짊어진 역사의 무게와 살아내려는 치열한 발걸음에 동참을 차치하고 주목해주지도 못하면서
어찌 당신의 20대를 언정할 것인지를
이 모진 온난화 시기
그런애들이 부디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길
바라면서 질문을 삼켰다.
'count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쿨선풍기 ...쿨은 무슨 (0) | 2018.07.29 |
---|---|
연예인꿈해몽 (0) | 2018.07.16 |
카페 열다 (0) | 2018.07.04 |
여장하고 집나선 남편꿈 (0) | 2018.05.26 |
외할머니꿈 (0) | 2018.0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