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8년만에 치과를 방문했다. 아들 대학 들어가던 해에 브릿지한 왼쪽 어금니를 세 개를 다시 치료했고 그 이후 처음이니 말이다.
기억은 쇠퇴하는데도 트라우마는 몸으로 기억하는 거라 그런지 치과의자는 늘 두렵다. 30여년 전에는 의료보험이 두 가지 색으로 구분되던 시절이 있었다. 녹색과 파란색으로 카드가 구분되었고 소득구분에 따라 정기적인 소득이 있는 자들에게 파란색 의료보험 카드가 주어졌고, 더 좋은 것이었다. 더 좋은 의사를 만날 수 있는 카드였다. 오랜 기간 도시빈민으로 살던 우리집에서 치과는 진통제 '사리돈'으로도 못버틸 때 발치를 목적으로 하는 곳이었다, 이를 살리고 어쩌고 하는 것은 사치이며 이 없이 잇몸으로 살기 뭐 그런 ... 참 미개한 의식이었고, 참 미개한 복지와 의료보험 체계였다. 20살 대학을 들어간 해, 월곡동에서 녹색 의료보험 카드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치과에서 나는 술취한 의사가 1시간 동안 2번의 마취를 하면서도 내 오른쪽 윗어금니 하나를 발치못해 절절매는 곳에 묶여있었다. 그때 나의 머리에는 '아 우리 할머니가 이는 함부로 뽑는게 아니데이. 옛날에는 이빨 빼다가 죽는 사람도 있었다. 했던 말이 떠오르며 이렇게 죽는구나'하는 두려움에 떨었었다. 이후에는 또 보문동에 있던 치과에서 오른쪽 송곳니를 제대로 긁어내지 않은 상태에서 은으로 떼우며 은값을 받던 의사때문에 상태가 나빠져 다시 다른 치과에서 치료를 했던 기억도 있다. 대학교 보건소에 치과항목이 생기면서 제대로 된 상담과 믿음이 가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었다.
치과에 대한 트라우마는 결국 함부로 치료받지 못한 치아의 문제를 발생시켰다. 30대 어느날 미룰 수 없는 치과치료 때문에 지인들에게 수소문하여, 강동구에 있는 치과를 소개받았다. 가물거리는 기억으로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협의회'가 윗줄에 있고, 그린치과? 혹은 김아무개치과 이런 상호였던 것 같은데 내 뇌의 어디즈음 기억이 되어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의사선생님과 13개의 치아 치료를 계획하고, 진행하던 중에 급작스럽게 과로로 인한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했다. 남은 치과치료는 후배의사가 고인의 자리를 대신하여 치료를 마무리했다. 송구스럽게도 치과선생의 성함이 생각이 나진 않지만 그의 인품은 아직도 생생하다. 내가 진료의자에 눕자마자 ,어디를 가던지 주변의 정신을 쏙빼놓던 4살난 아들이 대기실의 창문 블라인드를 잡아당겨서 통째로 탁자에 후려진 사건이 벌어졌다. 옆에서 거들던 수간호사가 대기실로 나가서 의사샘을 불렀다. '선생님 이거 잠깐 보시고 하세요'.. 환자 보랴 대기실 저지레 긴급처치하랴 돌아온 그 선생님 왈
"아~~ 걱정하실거 없습니다. 아드님은 괜찮습니다. 블라인드가 떨어졌는데요. 아드님은 다친데도 없고 잘 놉니다. 제가 대충 치우고 왔어요 허허". 라고...어찌 이런 분의 성함도 기억을 못할 수 있느냐... 흑..ㅜㅜ.
여튼, 치과에 얽힌 경험들이 양가적 판단을 갖게 되었다. 존경심을 갖게 된 의사는 치과의사가 유일하다는 기억이라고나할까. 오늘은 대학교에서 아말감작업을 했던 오른쪽 아래 어금니가 몇 년에 걸쳐 조금씩 떨어져 나가더니 구멍이 뚫려 치과를 가야하는 사건이 오고야 말았다. 2주를 추위를 핑계로 머뭇거리다, 결정했다. 강창용 티비 구독자로서 그를 함 뵈어야겠다.
그린서울치과 블러그에 안내대로 어제 전화를 하고, 오늘 아침 8시 20분정도 도착을 했더니 이미 3분이 와있었다. 8시 25분에 한 청년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치과 철문을 열고 들어가서 이내 번호표를 만들어 나왔다. 강창용 의사였다. 유튭에서 본 건보다 훨씬 잘생겼다. 우리 아들보다는 못생겼지만...(안물, 안궁)...4번째 대기번호를 받았는데, 가장 먼저 온 분이 오후 시간 대기는 없다는 것을 알고 오전 진료를 포기하면서 나는 3번째 순번이 되었다. 10시 10분. . 2.5단계 코로나대응지침으로 갈 곳이 없었다. 지하철 역을 전전하다, 9시 40분경 치과 안으로 들어갔다.
내 입안에서 오래된 진료의 흔적을 이리저리 확인하는 그의 손은 정확하고 신속했다. 나는 외과의 중에 가장 부드러운 손을 가진 것이 치과의사여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보철을 한 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1시간 넘게 입을 벌리고 신경치료와 이빨 갈아내기 본뜨기 등등의 작업으로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스스로 용접대에 오른 철조각처럼 느껴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왜 치과의사들의 손이 부드러워야 하는지 알 것이다. 임플란트를 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오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치료를 예상했던 나는 실망스러웠다. 치료는 하지 않고 상담만 한다는 것이다.
돌아오면서 기분이 착잡했다. 카카오맵에 떠있는 149명의 4.7점(5점만점)의 '최고에요'는 어떤 것을 보고 한 말들일까.... 내가 미드를 너무 본 거일수 있겠지만, 의사가 임상을 할 수 없이 손이 묶여있다면 그것은 너무나 불행한 일이 아닌가. 나처럼 좋은 손을 찾는 충치환자들에게는 물론이고 말이다. 그는 치과 과잉치료에 대한 민낯을 설명했고, 환자들이 자신들의 입안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적극적으로 따지지 시작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좋은 치료를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사람이 상담'만'이라니...너무 아까운 일이다. 나는 강창용 그가 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가 되었건 간에 우리에게서 좋은 의사를 뺏지 말지어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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