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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방콕기]나는 자연인이다-김영숙

 

몸이 안좋아 은퇴하고 집순이로 가사일을 제외하면 주로 티비나 유툽 영화로 소일하고 있다는 사씨, 오늘도 친구와 썰을 카페에서 전개한다.

 

 요사이 그 프로그램 보는 사람들 많은거 같네. 그게 뭐가 그리 재밌어? 

 

 솔직히 하도 볼 게 없어서 보게 된거지, 드라마나 영화는 사랑 얘기 아니면 뭔 칼부림에 총싸움들을 그리 하는지 그걸 몇십년째 보다보면 티비를 켜고 리모컨을 줄창 들고 있잖여. 늘 똑같은 전개 갈등 사랑얘기 돌리고 돌리고 하다보면 '에라 자연인이다' 하고 보게 된건데 요즘은 그 사람들처럼 살려면 돈은 얼마나 주머니에 있어야 하나 궁금해지더라고

 

 맞아, 영화들이 대체로 다 피투성이야.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 주제가 뭐임? "원시의 삶 속 대자연의 품에서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자연과 동화되어 욕심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 " 이렇게 소개 되어 있는데

 

 그러게 이번 회차 보고 급관심이 생겨서 MBN 들어가 봤더니 거기는 소개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돈 한 푼 없어도, 가진 것 하나 없어도 여유와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자연인... 온갖 스트레스를 앉고 사는 도시인이 원시의 삶 속 자연인을 찾아가는 대자연 속 험난한 여정을 따라간다." 모 이런식이야.

제작의도라고 딱히 소개되어 있지 않으니까 소개글만 보면  이런 거네.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은 배경이라는 건데, 자연을 개간한 도시가 아니라 자연에 순응한 인간들의 작은 공간이 우리 프로그램의 배경이다 하는 거 같고.

제작의도는 자본주의 생계벌이로 치열하게 살면서 발생하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감들을 뒤로 하고 자연으로 찾아간 사람이 있다, 이 사람들 사는 것도 괜찮다, 이런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시청하는 사람들은 그래, 행복이 별건가 혹은 나도 꼭 이렇게 살 필요가 없지 않나 하고 질문이나 희망을 가져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만들어진게 아닌가 싶어

 

 야아~ 꿈보다 해몽인듯. 이번에 뭐가 그리 재미 있었는데

 

 이번에는 굳이 성별을 따져서 혼자 산생활을 하는 여성 자연인이 나왔어.

 

 오호, 혼자 산다고? 산에서?

 

 너처럼 나도 보면서, 어? 혼자? 안무섭나? 라고 중얼거리면서 무서움의 이유가 남성이 나왔을 때와는 다른 위험이 있다는 위기 의식이 선뜻 드는거지. 뭔지 알지?  '여자이기 때문에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고 의식말이다. 근데 사연이 전개되면서 생각이 바뀌는거야. 함께 살아야 하는 동물들과의 대면이나 사계절에 따른 자연에 대한 도전 이외에 저 산중에 갑작스레 튀어나올 여성폭력문제가 그리 쉽게 가능한가? 도시에서 사는 여성들처럼. 이런 인식에 닿으니까 결국 자연인으로 살 때 감당하는 것은 남성이나 여성이 그반 다른게 없더라고. ㅋㅋㅋ

 

 그러게, 마치 범죄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사이코페스를 그 곳에서 맞닥드릴 확률도 없을 뿐더러, 그건 여자나 남자나 동일한 위험이지 여자만 걱정할 건 아니네. 인간이 많을수록 위험한거지 뭐

 

 그렇지. 그리고 그 곳에서 홀로 집을 짓거나, 산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을 찾아내거나 하는 활동은 

 

 집을 혼자 지었다고?

 

 응. 펌프를 이용해서 수도도 만들었는데 틀면 나오는 게 아니고 졸졸 흐르는 걸 보니 어디서 끌어온거 같은데 만든 방법은 잘 못봤어. 돌과 흙을 이용해서 축대를 쌓아 평평하게 만들고 그 위헤 통나무랑 진흙을 발라서 집을 지었는데 너무 근사한거야. 혼자 사는 남성자연인들의 너저분한 움막과 비교불가지. 지붕 올릴 때만 도움을 받았대. 환경오염 위험이 있는 도시의 집들과는 달리 계절마다 진흙을 보강해주고 하는 손이 가지만 얼마나 자연친화적인 건축 행위냐고. 그리고 집을 지으면서 정말 즐거웠구나 하는 장면도 있었고. 나무에 줄을 매서 그네를 만들어서 개인 놀이터도 만들고. 장독도 여러개를 채워서 장이며 반찬을 저장하고 

 

 와. 근데 외롭지 않을까 

 

 그 분 나이가 60이 넘었는데 20대에 아무것도 없이 결혼을 해서, 살 집이 없어서 저수지 근처 공가를 손질해서 살았는데, 엄마가 돈 벌러 간 사이에 큰 아들이 배도 고프고 쭈쭈바가 먹고 싶어서 색이 있는 음료수를 마셨는데 그게 쥐약이었대.

 

 0ㅅ0

 

 다행히 무사했고, 남의 짐 일 품앗이로 번 돈을 모아서 옷장사부터 시작해서 악착같이 돈을 벌어서 꽤 벌었는데 이젠 남편이 부동산에 손을 대면서 바람도 난 거지. 근데 이 양반은 애들을 남편에게 다 맡겼다네 벌어놓은 재산을 다 주고 애들 잘 키워달라고 하면서. 그리고 혼자 이 사업 저 사업 하면서 망하기도 하면서

외롭게 살다가 말년을 좀 행복하게 살고 싶어서 우연히 지나다 발견한 그 산골로 옮긴거야. 잠깐씩 과거를 회상하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곳 생활을 소개하거나 밥을 해먹거나 직접 담근 동동주를 한 잔 하면서 행복하다고 미소를 보여주는데, 보는 사람이 마음이 놓이는? 그런 미소였어

근데 거슬리는 게 있었는데 여기 찾아 간 진행자가 이승윤 이잖아. 아들뻘인데 술을 마실 때 고개를 돌리고 마시는 거야 그 자연인이. 

 

 음 그건 남성 자연인들은 안하는 행동이지. 지나친 예의범절? ㅋ 

 

 몸에 베인 성차별적인 인식 아닌가해서 뭐. 좀 씁쓸했어. 그 모습을 보니 이 분은 그렇게 치열하게 열심히 살았으면서도 여성들에게 강제된 도리나 규범이라는 덫 때문에 힘들어 하고 과거를 죄책감으로 감수하는 것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짠하더라고. 아이가 쥐약을 마신것도 자기 잘못이라고 회상하는 것도 그렇고.

 

 아들하고 만나기는 한대?

 

 ㅇㅇ 아들이 엄마 혼자 있다고 종종 찾아오기도 하고, 애들 오면 준다고 장이며 가자미며 반찬도 만들어 놓고, 비오는 날은 또 뜨개질도 하고 집도 손보고 산에도 올라가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고, 정말 필요한 일만 하는거네

 

 그렇지. 하루종일 산중 활동이 또 있으니까 외로운 시간은 많이 없을 듯도 해. 게다가 이전의 삶이 고달퍼서 갖게 된 번민과 슬픔들에 비하면 거기에서 삶이 주는 평온과 행복이 더 클 것 같아. 여하튼 이번 회차에서 나는 대자연 앞에서 여성 자연인은 그저 자연인일 뿐 성적 차이가 차별화될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걸 찾은 것 아닌가 하는 의미부여도 할 수 있었지. 그래서 제목이 좀 거슬렸지 '수줍은 여인, 낙원을 찾다'는 성별성을 강조하는 비루한 마켓팅 문구로 보여. 

 

 그래 차라리 '차별없는 자연에서 낙원을 만들다' 모 이런 거?

 

 그래 ㅋㅋ 그거 좋네.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정확한 장소는 알려주지 않는대.